생각

사랑과 영혼 - 선택적 오류

해먹과난로 2011. 3. 20. 22:50

사랑과 영혼이라는 영화가 있다. 영어 제목은 그냥 Ghost 유령이다.

 

이 영화에는 얼마 전에 췌장암으로 타계한 고 패트릭 스웨이지, 우피 골드버그 그리고 청초하던 시절의 데미 무어가 나오고 주제가는 Righteous Brothers Unchained Melody 였다.

 

Unchained Melody 의미 심장한 제목이다. 속박이 없는 노래.. 진솔한 사랑의 노래..   아프리카 흑인 노예를 쇠사슬로 묶어 채찍질하던 역사에서 나온 단어다. 직역을 하면 쇠사슬에서 풀려 난 자유로운 노래

 

Oh, my love my darling.  I've hungered for your touch. A long lonely time.


And time goes by so slowly. Ant time can do so much. Are you still mine.
I need your love. I need your love. Godspeed your love to me.
Lonely rivers flow to the sea to the sea.  To the open arms of the sea.

Lonely rivers sigh Wait for me wait for me.  I'll be coming home. Wait for me……



요즘의 속사포 랩에 익숙한 젊은 분들께는 답답하게 느린 사랑 타령으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의 원조 구세대 스마트폰인 옴냐1 mp3 파일로 저장되어 있는 이 노래는 깊은 밤 깊은 산 속에서 들을 때 마다 나의 가슴 깊은 곳을 적시는 노래이다.

 

그대의 손길에 굶주려 있다니 얼마나 절실한 마음인가? 게다가 시간은 너무나 느리게 가고.. 많은 것이 변하고.. 곧 돌아 갈 테니 기다려달라는 그 마음은 진솔하다 못해 애절하기만 하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건가?

 

5학년이 되고나서부터 자꾸 감상적으로 변하는 나를 보고 깜짝 놀란 적이 몇 번 있는데 내가 나이를 타는 것일까?

 

서양 저승사자

 

이 영화의 줄거리는 다들 아시는 대로 샘 휘트(패트릭 스웨이지)와 몰리 젠센(데미 무어)의 사랑이야기이다. 악인으로는 칼 브루너(토니 골드윈)가 나오고 점성술사 오다 매(우피 골드버그)가 영매로 감초 연기를 너무 잘했었다.

 

이 영화의 끝 부분에 악인인 칼 브루너가 죽어 저승사자에게 끌려가는 장면이 기억난다.

 

이 장면의 저승사자는 기독교 계열 저승사자인 Grim Reaper의 모습과 비슷하다. 다만 이 영화에서는 서양 낫을 들지 않은 비무장 상태로 검은 후드와 망토로 온몸을 휘감은 저승사자 대여섯이 몰려와 다짜고짜 어둠 속으로 악인인 칼 브루너의 영혼을 끌고 간다.

 

 

 

                         Grim Reaper

 

아무래도 뉴욕 금융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에서 낫을 든 중세 농경시대 저승사자인 Grim Reaper는 감독님 마음에 들지 않으셨나 보다. 그래서 농경사회의 상징인 서양 낫을 없애고, 자본주의의 꽃인 뉴욕 금융가를 담당하는 현대적인 저승사자 이미지를 만들려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낫을 든 Grim Reaper는 항상 혼자 와서 1 1 대화로 업무를 시작하는데 현대화 된 저승사자는 낫 없이 단체로 몰려와 아무 대화 없이 악인의 영혼을 처리한다.

 

한국에서는 용역 깡패들이 이런 방식의 업무 처리를 선호한다. , 아니다. 쇠파이프가 하나 추가되는구나.

 

사족 - 조폭을 미화하는 한국 영화를 볼 때마다 화가 난다. 지역 이권 개입, 유흥가 자릿세 갈취와 용역 깡패 짓이 주 수입원인데 마치 의리로 뭉친 협객처럼 그리는 것은 십대 청소년들에게 매우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 나중에 이야기 하자.

 

한국 저승사자

 

우리나라에는 독특한 저승사자가 계시다.

 

 

 

 

검은 도포자락 휘날리며 갓 쓰고 얼굴에 흰 분을 칠한 한국형 저승사자이다. 옥황상제 또는 염라대왕님께 받은 명부를 들고 와서 실물과 장부를 꼭 대조하신다. 가끔 장부와 실물간에 착오가 생겨 염라대왕님 또는 옥황상제님께 꾸지람도 받고 영혼을 반품도 해주신다.

 

그 외에도 각 문화권 마다 각기 다른 저승 사자가 있다고 들었다.

 

일본 중국 중동 아프리카 러시아 브라질 알라스카 등 각기 다른 문화권에는 다른 저승사자님이 계시다. 복장과 무기 업무 처리 방식 또한 다 다르다고 들었다.

 

확실합니까? 이렇게 물으면 서양과 한국을 빼고는 나도 책으로 배운 얘기라 자신은 없다.

 

의문점

 

내 성격이 원체 불러주는 대로 받아 적고 그대로 믿어 버리지 못하고 한 번쯤 의문을 품어 보는 성격인 것은 이미 아래 글에서 여러 번 밝힌 바 있으니 넘어 가자.

 

저승사자에게 국적이 있을 리는 만무하고 영혼의 세계가 문화권에 따라 나뉘어 있을 리도 없다. 그러니 다양한 모습의 저승사자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슬며시 웃음이 난다. 뭐지? 각자 다른 신을 믿는 것처럼 다른 저승사자를 믿는 건가?

 

가만 있자 미국과 한국의 저승사자가 복장과 무기와 업무 처리 방식 (명부 지참, 1 1 확인 절차)등이 다른 데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민 가신 우리 처가 쪽 분들은? 그 많은 한국 이민자들과 한국 입양아들은? 몇 안되지만, 한국으로 귀화 한 미국계 한국인들은??

 

어린 시절 미국으로 입양되거나 이민 가서 

한국과 미국 문화권 모두에서 살아 본 한국분들께는 어느 저승사자가 오려나후드복장의 본토 Grim Reaper 께서 나와바리(지송..) 사수하시려나? 아니면 한국 저승사자가 갓 쓰고 미국으로 출장 가시려나?

 

선택적 오류

 

과학자들이 가장 자주 범하는 오류에 선택적 오류 (Selective Perception)가 있다. 자신의 준거 체계 (가설이나 이론)에 유리하고 일관적인 자극만을 수용하는 경향으로, 칭찬 같은 자신이 원하는 것만 (또는 자신의 가설에 부합하는 데이터만) 보고 듣는 오류를 말한다.

 

황우석박사가 200 여 난자에서 11개의 맞춤형 줄기세포를 얻었다고 믿고 논문에 발표했다. 줄기세포 상용화를 앞당기고 인류 생명 연장의 꿈이 가까이 왔다고 세계적인 센세이션을 일으킨 후, 실제는 두 세 개에 불과하다는 것을 언제 알았을까? 두 세 개의 줄기세포를 11개로 믿는 선택적 오류는 누가 범했을까?

 

줄기세포가 열한 개면 어떻고 열 개면 어떻고 또 한 개면 어떻습니까? 있으면 되는 것 아닙니까?라고 강변하는 것은 과학자의 발언은 못 된다.

 

이러한 오류는 과학적 실험뿐 아니라 인간 활동에 광범위하게 발견된다.

 

그래서 중국 천안문광장에서 탱크로 시위대를 밀어 버리고, 중동이나 아프리카의 독재자가 자국 군대를 동원해서 민주화 시위대를 학살하는 것을 보며 분노하는 사람 중에도 광주 민주화 운동에서의 학살은 문제 삼지 않는 경우가 있다.

 

같은 고향이라서, 동문이라서, 아니면 그냥 전라도가 싫어서 광주민주화 운동에서 3천명가까이 학살된 사실을 부인하고 그렇게 믿는다. 아니면 그들은 대부분 북한의 지령을 받은 간첩에게 휘둘린 폭도라고 강변하고 또 그렇게 믿고 있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대표적인 선택적 오류이다.

 

줄기세포가 11개라고 굳게 믿으면 두 개도 11개로 보이는 것과 무엇이 다르랴.

 

인간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다시 저승사자의 이야기로 돌아 가자.

 

죽음 앞에서 무슨 논리와 계산이 필요하겠는가? 죽음을 마주하는 순간 기억 중추 깊은 뇌세포에 저장되어 있는 자신만의 이미지가 바로 재생 되는 것이리라.

 

그래서 저승사자가 도포 자락에 하얀 분을 칠한 얼굴로 갓을 쓰고 온다고 생각하면 그 저승사자가 명부 책을 든 모습으로 보일 것이고, 검은 후드에 검은 망토에 서양 낫을 들고 온다고 생각하면 바로 그 모습이 보일 것이다.

 

매우 불완전한 인간의 뇌는 특정 주제에 집중하여 논리회로를 작동 시키지 않는 한 선택적 오류를 저지른다. 선택적 오류는 보고싶은 것만 보게하고 믿고 싶은 것만 믿게하므로 자기가 생각하는 저승사자와 다른 모습은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무학도사님이 일찌기 이성계에게 부처님 눈에는 부처가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인다고 설파한 것이리라.

 

어쩌면 그래서 아름다운 사랑도 가능한 것이 아닐까? 보고 싶은 분만 보이고 듣고 싶은 목소리만 들리니 어떤 역경과 환경에서도 사랑하면 행복해지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사랑이 위대한 것이 아닐까? (?? 내가 또 왜 이러지? 아무래도 봄이 되니 호르몬 밸런스가 바뀌나 보다)

 

선택적 오류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리라.